2019년 1월 1일 화요일

2018 이 나에게 남긴 나이테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의 나무들은 진한 나이테를 남긴다고 한다. 겨울을 이겨낸 자신감이 나이테로 나타나고 그 다음해의 봄 여름의 성장의 바탕이 된다. 그리고 그 자신감이 더 추운 겨울을 견디게 한다.

   아픔만큼 성장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 성장은 상처가 만들어낸 마음의 벽을 기반으로 한다. 사람들은 다시는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가시덩굴로 감긴 견고한 벽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벽에는 순수한 자신과 살아남기 위한 자신 사이의 고뇌의 벽화가 새겨져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그 벽화의 일부는 삶의 신념이 된다. 사람은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다시 살아간다. 한가지 더 슬픈 사실은 그 벽은 한번 쌓아지면 잘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 벽을 사람의 나이테라고 부른다.

   만약에서 주위에 갑자기 변한 사람이 있다면 한번 그 사람을 꼬옥 안아줘야 한다. 그 사람이 펑펑 울때 까지 말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벽을 최대한 낮게 쌓도록 그리고 때로는 벽을 허물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사람이 정말 힘들때 알아보고 곁을 지켜주는게 진정한 친구라고 했다. 박경리선생님의 슬픈 말이 떠오른다. “신념은 무릇 강한 힘에 대한 반항이 되었고 그러한 반항정신이 문학을 하게 한 중요한 소지가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인생에 있어서 나를 고립시키고 말았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고립되지 않게 도와줘야 한다.

 “2017년의 잔향” 
   2017년도에 죽을 만큼 힘든 일이 있었다. 나는 낙천적이고 감정적이지 않은 편인데 길가다가 다리가 풀려서 주저 않아서 울만큼 힘들었던 일이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 당시 나는 사람이 가지는 모든 욕구를 느끼지 못했다.

   사람은 아플때 충분히 울어야 한다. 슬퍼해야한다. 하지만 나는 아플때 충분히 울지 못했다. 그 당시 회사는 내게 충분한 애도의 기간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가족들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나약해 보이는게 싫었다. 항상 씩씩했고 웃었다. 회사의 모든 일정을 100% 소화했다. 그리고 내가 슬프지 않은 이유를 사람들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첫 퇴직” 
   2018년도 5월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었다. 나는 엔지니어로서 정말 열심히 했다. 이 회사가 기술적인 이유로 망하지 않게 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가 세운 가설이 시장에서 증명되지 못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의 정책의 변화는 우리편이 아니었다. 기술자 로서 냉정하게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세상이 성공하지 못한 스타트업 출신 phd를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우리 교수님이 내가 스타트업에 가기전에 몇 번을 하시던 말씀이었다. 나는 다시 광야에 서 있었다. 그리고 아무 배경없이 다시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했다.

   배수진을 쳐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뒤에 흐르는 강물 또는 파도 소리가 얼마나 거센지 모른다. 평소에 들리는 시원한 파도소리가 사람을 삼킬 수 있는 파도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배수진의 본질은 사람에게 생존의 두려움을 주는 것이다. 생존의 두려움이 신체의 오감 아니 육감을 발달 시켜서 생존력을 극대화 시킨다. 하긴 니체가 그랬다. 살아야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거의 어떠한 상태에서도 견뎌낼 수 있다고

 “배수진 친 백수의 자세: 우리 모두는 진흙탕에서 허우적대지 하지만 이 가운데 몇몇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본다네. -오스카 와일드-” 
   나는 6월부터 배수진을 친 백수 생활을 시작했다. 좋은 말로 프리랜서, 갭이어 등등. 갖다 붙이면 다 되지.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지난 6개월의 백수 기간은 나의 내면이 대화하는 시간, 삶의 철학을 정리하는 중요한 시간 였던거 같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아무런 배경없이 나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나는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고, 무엇을 더 잘하게 되어야하는지. 계속 질문하고 실험하고 회고하였다. 밤하늘에서 길잡이가 될 수 있는 별자리를 찾아헤맸다.

   새롭고 희소한 경험을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것이 나라는 콘텐츠와 브랜드를 더 풍요롭게 한다고 믿었다. 더 좋은 경험을 하기위해서 기회를 잡기 위해서 뻔뻔하다 싶을 정도의 행동을 할때도 있었던거 같다. 많은 지인들 또는 처음 알게된 분들께 조차 기꺼이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최대한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에너지를 쏟았다.

   비지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가 재구매율이다. 재구매는 소비자에게 그 제품의 가치가 인정됐다는 가장 객관적인 증거이다. 사람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번 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한번 더 대화를 해보고 싶은 사람, 소개팅을 하고 한번 더 보고싶은 사람, 강의를 듣고 한번 더 초대하고 싶은 사람, 술자리에서 한번 더 같이 놀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

    광야에서의 재구매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 그게 아주 작더라도 말이다. 2018년을 기점으로 나는 말을 잘 못하고 수줍은 엔지니어와 영원히 결별했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가치 전달하려고 정말 노력할 것이라고. 같이 있으면 즐겁고 유익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구글 캠프: 딥러닝과 나 둘만의 세계” 
   7월에 참가하게 된 구글 캠프는 인생 마일스톤으로 남을 것 같다. 새로운 영역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가 스스로를 테스트한 시간. 무한대의 자유도와 절대적으로 친절한 멘토링, 선의의 경쟁.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외부와 차단된 환경에서 절대 일상에서는 가질 수 없는 몰입의 시간을 가진것. 몰입으로 부터 얻어낸 성취는 매우 중독적이다. 언제 다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 까 싶을 정도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캠프 마지막 주차에 나는 최종발표와 결과물에 대한 압박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무대에 올라갔을때 최대한 악마와 같이 섹시하려고 노력했다. 관중들이 섹시함을 느꼈는지는 미지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서 프리랜서를 그만두다” 
   Self regularization은 프리랜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덕목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Self regularization는 아래의 덕목을 포함하고 그 중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프리랜서로 성공하기 힘들다.
- 탁월한 전문성, 집중력, 건강관리, 꾸준한 자기 영업, 꾸준한 실력 개선, 일정 준수
내가 혼자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집중력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었다. 처음에 나는 어리섞게도 제주 캠프에 보여줬던 집중력과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유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집중력과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각성상태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사람들이 회사에 다니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싫어한다. 예측 가능한 안정된 삶을 원한다. 사람들은 매달 나오는 일정한 월급과 출퇴근 제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적당한 강도의 제도적 regulation과 peer pressure는 생산성을 높여준다. 전문 프리랜서가 어려운 이유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환경 속에서도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꾸준한 생산성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고민 끝에 다시 회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 시점이 2018년도 9월였다.

 “내가 원하는 팀의 이상형” 
구직을 하는 과정과 결혼하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남녀사이가 그렇듯이 서로 잘 맞지 않은 회사와 노동자가 고용계약을 맺으면 서로가 불행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구직을 하는 과정에서 나랑 잘 맞는 팀을 찾기 위해서 정말 세심했고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일종의 이상형과 같은 것이다.
1) 나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고
2) 팀의 목적이 명확하고 구체적인 서비스가 있으며
3) 성장하고 싶어하는 동료들이 있고
4) 팀이 수평적이고 비평에 관대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5) 내 가치를 디스카운트 하지 않고 적당한 연봉을 제시하는
6) 추가적으로 내가 unfair advantage를 가질 수 있는곳
경력직은 무작위로 여러 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와 핏이 맞다고 생각하는 곳에 컨택을 해보고 그 중 몇 군데와 면접을 봤다.

 “그리고 면접” 
면접이라는 시공간은 매우 비싼 공간이다. 회사와 면접자는 그 시간을 위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준비하고 면접을 위해서 다시 시간을 소비한다. 그렇기 때문에 합격여부를 떠나서 그 시간 상호간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회사와 팀에 대해서 파악하는 시간 이어야 한다. 상호간 의미있는 합을 주고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질문에는 필요한 말만 군더더기 없게 답변해야한다.

   사실 나는 면접을 잘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것은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는 항상 기회를 잡기 위해서 혼을 다해서 준비한다. 면접 당일의 컨디션과 대진운 등 여러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면접 이전에 흔들리지 않는 Constant을 만들어야하고 그게 결국은 실력이지 않을까 한다. 면접에서의 불변의 사실은 자신감과 도전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면접의 본질은 상대방이 나와 함께 일하고 싶게 만드는 것 이니깐 

“Clova company ai: 나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다” 
   2018년 11월 30일 네이버 클로바 컴퍼니 AI팀의 오퍼에 최종싸인을 하였다. 9월 초에 입사원서를 내고 약 3개월이 걸렸다. 리더인 Don은 나에게 최고를 기대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팀은 젊고 응집력이 있으며 목적성이 명확했다. 나는 그런 Don에게 끌려서 가게 됐다. 내가 원칙으로 생각하는 대부분의 요건을 만족하는 좋은 팀이다.

 “GDE: 나를 성장시키는 또 다른 축” 
   감사하게도 2018년도에 나는 많은 행운을 누렸다. 그 운 중의 하나는 GDE ML이 된 것이다. GDE가 되면 좋은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그것들은 내가 성장하는데 영양분이 되고 positive pressure로 작용한다. 최대의 AI 오픈소스인 Tensorflow의 공헌자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매력적이다. 그 과정에서 훌륭한 GDG&GDE 동료들과 상호작용하고 구글러들과 일할 수 있는 경험은 매우 소중하다. 2018년을 한 해는 10년을 산 것 처럼 느껴진다. 하루를 한달처럼 1시간을 하루처럼 1분을 한시간 처럼 살기 위해서 노력했다. 물론 과장이다. 나는 가슴속에 무엇이 됐든 열정을 가질 때 인간됌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는 2018년의 나는 정말 인간적 이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부족함에 대한 갈증은 항상있다. 그 갈증은 2019년도의 나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 영어를 더 잘하고 발음도 교정하고 싶다. 지금은 너무 유창하지 못하다.
- 더 코딩을 더 잘하고 싶다. 관용적인 코딩 표현을 더 외워야 한다.
- NLP 딥러닝에 대한 근본적인 깨달음을 얻고 싶다.
- 정말 교감할수 있는 여자친구를 만나고 싶다.
- 책을 너무 못 읽고 있다. 책장의 있는 책들중 읽은 비율을 50%이상으로 올리고 싶다.
- 남들이 안가본 곳에 여행가고 싶다. 페루 소금광산 마추픽추 그런곳에 가고싶다
- 용기내서 도전하는 사람들이 좌절하지 않게 도와주고 싶다.
- Tensorflow 2.0의 contributor로 이름을 올리고 싶다.
- ICLR같은 곳에 논문을 내고 싶다
- 한국 AI커뮤니티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

   2019년도는 100년을 산 것 처럼 살수 있을까? 그전에 죽을지도 모르겠지만,  물론 과장이다. 우리 부모님이 제발 이 글을 읽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글을 블로그에 포스팅한다. 모 또 읽으시면 그땐 그때다. 운에 맡긴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모든 사람들께 항상 감사합니다.

Love ya! 2019년 1월 1일 을 출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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