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저는 앞으로 기술혁신이 정부 출연연구소나 대학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 2016년 2월, 지도교수님께 말씀을 드리고 스타트업 입사를 결정했다. 물론 파격적인 그 당시 진로였다. 대부분 연구실 선배들은 정출연이나 포닥을 거쳐서 교직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그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었을까는 1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드는 생각이다. 오랜만에 후배들을 만나는 자리에선 진로결정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스타트업의 많은 부분을 이야기 해주기도 했다. 그러다 이러한 선택의 이유과 이후의 과정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림1: 사운들리 회사 입구
"나는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서 엔지니어가 되고자 했지만, 내가 학위기간에 참여했던 어떤 연구프로젝트도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직접 기여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연구 프로젝트 수행당시 나는 프로젝트가 어떻게 세상과 연결되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프로젝트는 단지 조금 더 어려운 연습문제를 푸는 것 정도로 느껴질때가 많았다. 다른점이란, 관련한 출판논문과, 정기적인 보고회와 두꺼운 보고서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그러한 사실은 나에게 해당 프로젝트의 성공여부가 절박하지 않은것으로 이해됐다. 더 정확하게는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했다. 그런 과정에서 나는 졸업 후에는 세상과 바로 연결되고 목적성이 명확한 연구를 하고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수행했었던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인 인력양성에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되었다) "이론적 가능성"이라는 말과 "합리적 가정"이라는 말로 포장하는 것은 엔지니어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곳은 스타트업 "사운들리 주식회사" 였다.
"내가 스타트업으로 진로를 결정한 또 다른 이유: 프로토타입핑 능력 갖추기"
스타트업에서는 다양한 전문성을 가지는 팀원들이 하나되어 제품을 세상에 내보내는 것을 업무로 한다. "연구 --> 제품개발 --> 고객 피드백 --> 연구"의 사이클이 매우 빠르게 돌아가고, 개선된 아이디어가 있다면 제품에 바로 적용될 수 있는 형태로 공유되어야 한다. 그러한 환경에서 연구자들이 아이디어를 빠르게 사이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직접개발해서 제품에 적용하는 능력 즉 "프로토타입핑" 능력이 필수적이다. 바로 이 "프로토타입핑" 능력이 내가 스타트업으로 진로를 정한 이유이다.
대학원에서는 연구실적 즉 논문의 수와 질을 강조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연구에 필요한 코딩량을 최소화하고 싶어 했고, 나 또한 마찬가지로 생각했다. 그 결과 나의 학위 연구결과는 제품으로는 직접 이어지지 않는 MATLAB 수준에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졸업준비를 하고 취업활동을 시작하면서 이러한 나의 생각이 잘못 됐음을 깨달았다. 현 시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개발해서 보여줄 수 있는 "연구하는 엔지니어"를 필요로 했다. 세상에 기여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을 SDK 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수준까지의 개발, 즉 "프로토타입핑"을 해야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끝내주는 레시피를 알고있어도요리를 못하는 요리사는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너무너무 바뻐서 공부안할 수 없는 곳이 스타트업!"
그러한 이유로 스타트업 연구자들은 제품개선을 위한 연구도 해야하고 (그래도 학자이기 때문에 이론적 타당성도 검증한다!!), 개발도 해야하고, 테스트도 해야하고 너무너무 바쁘다. 너무너무 바쁘기 때문에 생산성 개선을 위해서 다양한 최신기술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다. 나의 퇴근을 앞당겨줄 수 있는 오픈소스란 오픈소스는 다 가져다가 쓴다. "바쁨--> 최신기술공부 --> 생산성 개선 --> 더 많은 업무 할당 --> 바쁨" 이 선순환?? 구조가 매일 나를 채찍질하고 성장 시키고 있다.
< 그림2: 2017년 3월 KT클립 서비스 런칭 후>
스타트업 사운들리에서 진정한 연구하는 엔지니어에 대한 해답 찾기
내가 진로를 정했을때 지도교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벤처기업으로 향하는 젊은 사람들을 응원해주고 격려해줘야 하는데 솔직히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박사학위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 갈 수 있는 능력있다고 판단된 사람에게 주어지는 증표이다. 자신감을 가져라!" 그 후로 나는 내가 진정한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지금도 그 해답을 스타트업 사운들리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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